최근 아이폰6S의 통신 3사 사전 예약이 30분도 안 돼 마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전 단통법과 맞물린 아이폰 6 출시는 애플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했고, 프리미엄은 아이폰, 나머지는 삼성과 엘지의 중저가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열풍에 힘입어 최근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약 15%, 판매 점유율은 40%를 넘어 섰다고 합니다. 최근 팔리는 휴대폰의 10대 중 4대는 아이폰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아이폰 6S 출시는 본격적으로 타오르는 아이폰 인기에 불을 붙고 있고, 최근 안드로이드의 혁신 부재는 애플에게는 또 한 번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될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단통법 그리고 아이폰 자체의 인기뿐 아이라 안드로이드와의 상대적인 비교에서도 더 혁신적이고 변화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의 안드로이드 콘크리트 점유율도 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초기에는 다양한 기능 추가에 힘썼다면 지금은 안정화/최적화에 힘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최근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보면 기술적으로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많은 것이 바뀌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크게 와 닿는 변화가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죠. 구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기기들이 전 세계에 수십억대가 뿌려져 있는 상황에 안드로이드 버전도 어느 정도 끌어 올려놨고, 이제는 구글 플레이 서비스라는 사용자들이 모르는 백그라운드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의 핵심 서비스를 업데이트 관리 하고 있기 때문이 굳이 신규 안드로이드 버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초기부터 차별화를 위해 하드웨어 스펙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제 그 카드는 사용자에게 큰 의미 없는 구겨진 카드가 되어 버렸습니다. 안드로이드 스펙 전쟁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버려 스팩이 올라가도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지 못하고 또 실제로 그런 스펙 상향이 필요 없을 만큼 상향 평준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화면 크기, 카메라, 배터리 등등 어느 제품 하나 모난 것이 없으며 스펙으로는 빠질것 하나 없지만, 여느 스마트 폰이 다 그러므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성능 또한 포화 되어 있습니다. PC와는 다르게 스마트 폰은 한 손에 쥐어져야 한다는 한정된 크기 안에 더욱 높은 성능, 더 많은 배터리 용량, 더 적은 발열, 그리고 사용성까지 한번에 만족 시켜야 합니다. 각각의 요소는 서로 상관관계에 있고, 이미 안드로이드 폰들은 그 정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최근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칩셋의 발열 이슈는 칩셋 제조사와 단말 제조사에게 그 정점에 대한 균형을 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몸소 깨닫게 하는 중요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사용자에게 와 닫는 변화도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최근의 스마트 폰은 사용자가 생각했고 필요로 했던 기능은 이미 모두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 기능 간에도 스펙 전쟁이 있지만, 사용자에게는 좀 더 나은 것일 뿐이지 혁신은 아닙니다. 이제는 사용자들 자신도 모르던 잠재된 욕구를 얼마나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캐치해 내느냐가 중요한 시점이 되었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와는 반대로 아이폰의 iOS는 초기에는 안정화/최적화에 힘썼다면 지금은 새로운 UI, 다양한 기능 추가에 힘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면 으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물론이고, 거기에 안드로이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기능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OS 만드는 곳, 하드워어 만드는 곳, 서비스하는 곳이 따로 놀고 있다면, 아이폰은 이런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강력한 통제를 통해서만 내놓을 수 있는 새로움을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죠. 지문인식이나 3D 터치, iCloud, 아이폰 버전 맞춰지는 iOS 버전 업데이트가 그런 것들입니다.
거기에 안드로이드 폰들이 초기부터 불똥 튀게 경쟁하던 하드웨어 스펙 업그레이드를 이제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폰은 이제 화면 하나 키웠을 뿐입니다. 앞으로 메모리, 배터리, CPU 성능 등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런 하드웨어 스펙 업그레이드를 시작할 수 있죠. 이제 쉽고 강력한 카드만 남았다는 말입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이미 닳고 닳아 의미도 없어진 그 스펙이라는 카드. 애플은 그 카드 중 하나를 썻을 뿐이죠.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까지 삼성, LG 등 세계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본고장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루머로 돌고 있는 애플 스토어까지 이 시점에 개점한다면 안드로이드 콘크리트 점유율도 이제 옛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0분 만의 아이폰 6S의 사전 예약 마감은 이런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