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 카카오의 행보를 보면 선택과 집중입니다. 돈 안 되고 의미 없는 서비스는 가차 없이 종료시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들을 계속해서 런칭하고 있죠.
불과 한 두 달 사이 다음 클라우드, 마이피플과 같은 과거 핵심 서비스들을 종료시켜 버렸고, 카카오택시, 카카오TV, 샵검색, 브런치, 플래인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3대 SNS 서비스인 Path를 거액을 주고 인수하기도했죠.
돈 안 되는 PC 중심의 서비스는 접고,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로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존 성장 잠재력이 없는 서비스들을 계속해서 종료시켜 나가는 것을 보면서 티스토리도 과연 조만간에 종료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점점 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미 2개의 블로그 서비스(다음 블로그/티스토리)를 운영하면서도 또 따로 브런치, 플래인이라는 모바일용 블로그 서비스를 새로 시작하면서 이런 불안감은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모바일이 어색한 티스토리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대세가 되면서, 인터넷 컨텐츠는 모바일에 맞게 호흡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스낵컬쳐라고 합니다. 글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그나마도 글 대신 그림으로 대체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 우리나라에서는 피키케스트 같은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컨텐츠를 쉽게 만들고, 쉽게 즐기고,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C 인터넷에서 가장 큰 개인 컨텐츠 공유 창구였던 블로그 플랫폼은 모바일에서는 너무 무겁고, 변화되기엔 너무 안주 되어 버렸습니다. 모양새는 모바일에 최적화되지 않았고, 휴대폰에서 즐기기에는 글이 너무 깁니다. 물론 이게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이런 블로그의 특성상 모바일 환경에서 컨텐츠를 소비하기엔 썩 세련된 플랫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티스토리도 모바일에 어울리는 플랫폼은 아닙니다. 방대한 컨텐츠와 훌륭한 블로거들이 많음에도 불고 하고 모바일에서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글은 길고, 사진은 쿨하게 보여주지 못하며, 댓글을 달거나 공유를 하기에 불편합니다. 물론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컨텐츠를 만드느냐에 따라 충분히 모바일에 최적화된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많은 노력도 필요합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기존 블로그 플랫폼이 있음에도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한 장으로 혹은 피키 케스트 처럼 프레젠테이션하듯 사진 한 장과 간단한 글로 컨텐츠를 쉽게 공유하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다음의 플래인/브런치라는 모바일 블로그 서비스 출시는 티스토리에겐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모바일에서는 티스토리와는 별도의 새로운 서비스로 컨텐츠 공유 서비스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티스토리도 모바일 앱이 있고 나름 최적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모바일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컨텐츠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최근의 트랜드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티스토리도 결국 종료될까?
요즘 티스토리는 가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유지하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양한 이벤트들과 오프라인 행사들이 진행되었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없어졌습니다. 공식 블로그에는 기능 종료, 플러그인 종료 공지만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티스토리 모바일 앱도 있고 나쁜 건 아닌데, 티스토리를 운영하는 블로거 말고 과연 얼마나 많은 일반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기 위해 티스토리 앱을 찾아서 설치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티스토리 모바일 서비스 강화라기보다는 티스토리 블로거들을 위한 팬 서비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다음 카카카오 입장에서 티스토리는 쉽게, 그리고 단기간에 종료시켜 버릴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포털서비스들은 외부 컨텐츠에 대한 검색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내부의 컨텐츠가 정말 중요한데, 다음 내에서 그나마 양질의 컨텐츠가 많이 있고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는 곳이 바로 티스토리기 때문입니다. 다음 검색의 주요 결과물들의 대부분을 티스토리에서 떠받치고 있기에 쉽게 종료해버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모바일에 최적화된 컨텐츠 서비스가 활성화가 되고 자생력을 가지게 될 때 티스토리도 종료의 절차를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어떻게 되든 앞으로 1~2년 안에 티스토리의 운명이 결정 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