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OS 키켓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발표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허전한 발표였습니다. 요즘의 우리가 생각하는 발표는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CEO도 나오고, 수석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새로운 기능들에 대해 갖가지 수식어를 곁들이며 자랑하는것이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행사 없이 조용히? 그냥 발표 해버렸습니다. 지난 젤리빈 발표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키켓 발표 몇일전엔 구글 플러스를 위한 큰 이벤트를 한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리가 안되고 있었는데, 아래 두 글을 읽고서야 확실히 이해 할 수 있겠더군요. 일단 아래 두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 보세요.
KudoTranslate: 고집 세고 느린 제조사들이여, 비켜라: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조각모음을 실행하다
[KudoTranslate] 안드로이드에 대한 구글의 강철의 통제: 어떤 방법으로든 오픈 소스를 통제하기
원문은 Ars Technica라는 해외 IT 전문 블로그의 Ron Amadeo라는 사람이 쓴 글인데,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있는 글입니다.
조용한 키켓 발표의 배경
파편화는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구상의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안드로이드인데, 모두가 하나의 안드로이드가 아닙니다. 1/4은 아직도 진저브레드 버전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1/4은 아이스크림 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은 1/2은 젤리빈을 사용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젤리빈도 4.1, 4.2, 4.3으로 나뉘어 대부분이 4.1 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매년 열심히 새로운 버전을 공개 했지만, 대부부의 제조사들은 이전에 출시한 휴대폰들에 대해서는 최신 안드로이드로 업그레이드 해줄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있죠.
이런 파편화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에도 문제지만, 구글에겐 또 다른 고민을 하나 더 줬던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플랫폼 양대산맥 애플은 매년 새로운 iOS 버전을 내놓으면서 마지막엔 항상 이렇게 마무리 했습니다.
"지금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전 세계 모든 아이폰 유저들은 (물론 3~4년 넘은 구형의 기기들에겐 제한적일 수 있지만..) 새로운 iOS를 적용해 보고 새로운 기능을 사용해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어떤가요?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 새로운 기능들을 열심히 설명을 해놓으면 정작 소비자들은 그 기능들을 이용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 됩니다. 더 불행한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이 (넉넉잡아) 1~2년 사이에 구입한게 아니라면 사실상 그 최신 버전을 사용해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포기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신 기능을 사용해 보려면 최신폰을, 아니 구글 발표 뒤 최소 3개월은 뒤에야 출시될 폰을 손에 쥐여야만 가능하죠.
소비자들은 처음엔 열광을, 그러다 그림의 떡만 보면서 불평을 하다가, 결국은 열광은 냉소로 바뀌고 그것은 다시 무관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구글이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을 발표해도 내가 직접 사용하지 못하는 기능들은데 흥미가 있을리가 없죠. 대대적으로 행사를 해봤자 오히려 분노만 살 뿐입니다. 구글도 젤리빈 행사 이후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것 같습니다. 키켓의 조용한 발표는 이런 배경에서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화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과 구글 플레이 서비스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배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자, 구글의 해법은 그 모든 과정을 옆으로 살짝 비껴가는 것이었다. 회사는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에 멋진 것을 넣는 것을 그만두었다. 멋진 것이 아예 안 나온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그 멋진 것들이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KudoBlog]
다시 생각해 보면, 구글은 키켓이라는 브렌드에 대해서는 홍보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키켓 과자 안드로이드 에티션을 5천만개를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고 있죠. 지금까지 이만큼 안드로이드 버전 브렌드를 홍보 한적은 없었습니다. 대신 안드로이드 키켓의 새로운 기능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소개 영상 하나 올린게 고작입니다. 개발자가 아니라면 찾기도 어려운 안드로이드 Developer 사이트에서야 세부적인 기능을 확인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즉 안드로이드 자체의 브렌드 파워는 더욱 강화 하되, 기술적인면에서는 부각 시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대신 안드로이드에 적용될 구글의 멋진 서비스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배포를 시도합니다.
바로 앱입니다. 이전엔 거의 모든 구글의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주요 구글 앱들을 앱으로 분리해 별도로 관리하게 됩니다. 구글의 최신 서비스들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사용자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어 항상 최신버전이 적용되게 됩니다.
Google 검색, Google+, Hangout, Google TTS, 음성 검색, Google Play 게임, 유튜브, 사진앱 등 안드로이드에 흡수되어 있던 구글의 핵심 서비스들은 이제 앱으로 분리되어 구글 관리하에 바로바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이런 앱들은 '구글 플레이 서비스'라는 안드로이드의 숨겨진 앱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죠.
구글의 전략은 확실하다. 플레이 서비스는 시스템 레벨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구글 앱 패키지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오픈 소스도 아니다. 제조사들은 건드릴 수도 없기 때문에, 플레이 서비스는 완전히 구글의 제어를 받는다. 플레이 서비스는 간단히 말해 일반 앱들과 안드로이드 OS 사이의 쐐기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플레이 서비스는 구글 지도 API, 구글 계정 설정, 원격 삭제, 푸시 설정, 플레이 게임 백엔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중략)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6%밖에 안 되지만, 플레이 서비스는 1-2주면 모든 사용자에게 배포가 되고 안드로이드 2.2까지 지원한다. 즉, 3년 이하의 기기들은 모두 플레이 서비스가 최신 버전으로 구동되고 있다는 말이다. 구글의 최근 안드로이드 통계에 따르면, 그건 실제 사용되는 기기중 98.7%에 달하는 양이다.
[KudoBlog]
안드로이드 전체가 업데이트 되길 제촉하는걸 포기하고, 핵심이 되는 서비스를 때어내 앱으로 분리 시켰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안드로이드 시스템 상의 기능들은 한곳에 모아 구글 플레이 서비스라는 것으로 만들어 안드로이드에 조용히 심어 놓았습니다. 이제 구글이 최신 서비스를 소개 하면 즉시 모든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98.7%가 사용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인거죠. 애플이 그러고 있는것 처럼 말입니다.
왜 구글이 안드로이드 보다 구글 플러스 같은 앱 업데이트 행사를 더 대대적으로 하는지 그 이슈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구글의 최신 서비스들은 안드로이드와 다르게 즉시 적용되어 유저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위 링크된 글에서 처럼 안드로이드 자체의 변화 보다는 구글 플레이 서비스위에 올라가는 기능들에 집중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이제는 안드로이드 자체의 대대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것으로 보입니다. 이젠 안드로이드 자체로는 대대적인 변화 보다는 안정화로, 구글서비스와 통합되는 신규 기능은 구글 플레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앱들로 강화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휴대폰의 OS는 '그래 너희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해라, 우린 이제부터 우리의 핵심 서비스들은 구글 플레이 서비스로 구축하고 그 위해 올라가는 앱들로 관리 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요?
이런것들이 이제 어떻게 보면 안드로이드 파편화에 대한 구글의 전략으로 볼 수 있고, 또 다르게 보면 오픈 소스로 공개된 안드로이드에서 자사만의 서비스를 보호하면서도 제조사들이 좀 더 구글에 속박 되도록하는 하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의 목표
이제 맨 위 그림에서 처럼 안드로이드 키켓 소개 페이지에 나와 있는 말이 이해가 갈것 같네요.
Android 4.4, Kitket
모든 사람이 Android KitKat을 경험하는 것이 Google의 목표입니다.
이 말은 즉 '이젠 키켓이 아니어도 키켓과 같은 기능들을 모두가 사용 수 있게 해주겠다'라는 말로 이해 할수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플레이 서비스라은 트로이드목마를 심어 놓은거고, 이젠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OS업그레이드를 해줄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제촉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중요한건 안드로이드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심어져 있는 구글의 서비스들이라는 거죠.